[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7) (2291/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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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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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이. 별. 일. 기. (7) (2291/37582)

포럼마니아 1 7,206

- 언제였던가.. 아마 8월이었을게다. 둘이 춘천으로 놀러가서 소양강 댐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기차를 타기 위해 춘천역에 갔는데, 춘천역부터
쭉 뻗어있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느즈막한 오후, 노을이 한적한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길을 둘이 걸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계속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가까스로 가방에 올렸다. 그리고 계속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손을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렸다. 그리고 거의 어깨에 다 왔을때, 그래..
아마 눈 딱 감고 무엇을 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을게다. 아무도 없는 쭉
뻗은 길, 머리 뒤로 지는 주황색의 노을, 머리를 스치는 바람, 그리고 나는
그녀의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혹시라도 싫다고
뿌리칠까봐. 혹시라도 어색한 표정을 지을까봐. 그런데 그녀는...

어깨에 올린 내 손을 잡으며 웃어 주었다.

오늘 모래시계를 보니, 우성이가 혜린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을때 혜린이가
우성이의 손을 꼭 잡아주는 장면이 있었다. 아.. 그래. 걔가 이 장면을 옛날에
봤나 보구나. 그래서 내 손을 잡아주었나 보구나. 그랬나 보구나...

그랬나 보구나....



11월 10일 해거름 지는 오후. 노을이 쭉 뻗은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약속 시간은 6시였는데, 지금 나는 5시부터 이 자리에서 계속 서성이고 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올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너무 급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이리 저리 계속 왔다 갔다 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건물들을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보고, 시계를 바라보고, 다시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랬다.

벌써 3일 전이다. 그 전화를 한 지가. 전화를 끊고 나니까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말은 제대로 한 건지. 하룻밤
자고 나서야 기억이 났고, 그리고 남은 이틀동안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계속 허둥거리며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컵을 손에서 놓치고, 접시도 깨먹고,
치솔에 치약을 뭍혀놓은 채로 멍하니 서 있다가 치약이 떨어져서 옷에 묻기도
하고, 학교 가서도 수업을 듣는 중 마는 둥 하면서 집에 와서는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잤다.

그래.. 그때 내 심장은 이미 무너졌을꺼다.

" 여보세요? "

" .. 나 영경이야. 혹시 방금 전화하지 않았어? "

" 어.. 어.. 영경이구나. "

" 너 전화 하지 않았어? "

" 그게.. .. 응. 했어. "

" 그런데 왜 아무말 안하고 그냥 끊었어? "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으니까.

"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까먹었거든. 그래서 다시 하려고 끊었어. "

" 말 두 안돼. 그런게 어딨어. 누구라고 얘기라도 해야지, 그럼. "

" 알았어..미안하다. 그래. 잘 있었니? "

" 응.. 그럭 저럭. 너는? "

- 죽겠어. 너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는 죽겠어.

" 그냥 괜찮아.. "

" 그런데.. 무슨 일이야? "

" 응? "

"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다면서? "

" 그래.. 그게.."

- 사람에게 전화를 했을 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것은 정말 싫다. 무슨 일
없이, 그냥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면 안되는 건가. 그냥 아무 말이나 하다가,
대화가 잠시 끊길 때 아차 하고 생각난듯이 말하게 내버려 두면 안되는가.

" 저기.. 아. 그래. 너 사진 돌려주려고 전화했어. "

" 무슨 사진? "

" 그때.. 헤어지기 전에 우리 놀러가서 찍은 사진. "

" 아, 에버랜드 가서 찍은 사진? "

" 응. "

- 꼭 돌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냥.. 할 말이 없어서 이야기 한 것 뿐이었다.

" 그래.. 그럼 우리 다시 봐야 겠네? "

" 그..그렇지.. "

" 그런데 너 괜찮아? "

" 뭐가? "

" 나 다시 봐도 괜찮겠어? "

- 안괜찮어.

" 괜찮아.... "

" 그럼 너 요번주 토요일에 시간 있니? "

- 그날 오전엔 애들이랑 스터디가 있고, 오후에는 동문회가 있고..

" 응. 별 일 없어. "

" 그럼 그 날 보자. 어디서 보지? "

" 신촌에서 보지 뭐.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쭉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있잖아. 지하철 타고 와서 올라오는 데. 거기서 보자. "

" 그래, 그럼. "

그리고 침묵. 대화가 잠시 끊어지고 난 다음의 침묵. 할 이야기는 이미 다
했는데 전화를 끊고 싶지 않을때 오는 어색함. 예전엔 전화를 들고 아무 말
없이 10분동안 있어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 이 침묵은 견디기 힘들다.

" 저기.. " " 있잖아.. "

" 훗... 너부터 얘기 해, 동현아. "

" 저기.. 그 사람이랑은 잘 되는 거야? "

- 윽.. 하필 이런 말을..

" 그냥.. 그럭 저럭.. 그냥 그래. "

" 그 사람 너 많이 좋아하니? "

" 동현아. 너 그게 꼭 알고 싶어? "

" 그게.. 응. 알고 싶어. "

" 실은.. 모르겠어 나두.. 요새 좀 않좋아. "

- 안좋겠지. 그러니까 네가 울고 그랬겠지. 삐삐 들어서 알아.

" 그래? 왜? "

" 나는 잘 몰랐는데.. 그냥 좋은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전에 나한테 화를
냈거든. 약속 시간에 20분 정도 늦었는데.. 왜 늦었냐구 그러더니, 어제 왜
삐삐 안쳤냐구 그러는거야. "

" 뭐? 뭐 그런 놈이 다 있어? "

- 나도 그랬지.

" 야.. 그러지 마. 너한테 형이야. "

" 암튼, 그래서? "

" 그래서.. 그날 갑자기 슬프기도 하구.. 그래서 울었어. 그리고 집에
왔는데.. 우습지? 그 때 너 생각이 나더라구. 그래서 실은.. 너희 집에 전화
했었어. 그런데 너 그날 집에 없더라? "

" 응.. 그날 동걸이랑 술 먹으러 나갔었어. "

" 뭐? "

" 술 먹으러 나갔었다구. "

" 잠깐만. 너 어떻게 알아? "

" 뭘? "

" 너 그날이 언젠줄 어떻게 알아? 나 몇일이라고 말 한적 없는데? "

- 으악~!! 마져~!! 말 한 적 없지~!! 으아아아아악~~!!

" 응.. 저기..그게.. 아. 내가 요새 집에 계속 있었거든. 그런데 그 날만
술먹으러 갔었어. 그래서 집에 늦게 들어왔으니까.. 딱 그날만. 그러니까 내가
전화 못받았으면 그 날이라고 생각한 거야. "

- 휴....

" 응.. 그랬구나. 아무튼.. 그래. 우리 그럼 토요일에 보자. "

" 그래. 안녕. "

" 안녕. 잘자. "

딸깍.

이제 시간은 5시 50분. 이제 올 때가 되었구나.

전에 숨어서 한 번 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난다니까 떨린다. 굉장히.
꼭 처음 미팅에서 만나고 나서 애프터를 하는 기분이야. 아니, 그것보다 더
떨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지. 어색하지는 않을까. 아. 사진. 사진 가방에
넣었는데 잘 있나.

나는 사진을 꺼내어 보았다. 전에 찍었던 사진하고, 그리고 그 이전에 찍은
사진들 중에 둘이 같이 나온 사진이나 영경이만 있는 사진은 전부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영경이에게 이렇게 말하며 줄 생각이었다. 네가 나온 사진
전부야. 이젠 나 너 사진 필요 없어. 괜한 짓일지 몰라도, 그냥... 그러고 싶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참 별별 생각들이 다 떠올랐다. 이건 춘천가서 찍은
사진이구, 이건 어디더라. 아, 우리 학교 와서 찍은 사진이구나. 그 때 사진
찍어주는 형이 우리 참 잘 어울린다고 그랬었지. 이건 또 어디더라...

탁.

" 동현아? "


to be continued...



추신: 저기.. 이별일기를 한꺼번에 올리면 안되냐고 하시는데요.. 실은 이걸
매일 쓰고 있고, 쓰는 대로 바로 올리는 거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량을 올리지
못하는 걸 이해해 주세요. 그럼.. 꾸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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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19
하아.. 진짜 오빠 존나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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