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누리 』]▶오리◀ 그녀의깊은그곳(10) (21734/37839)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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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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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 나우누리 』]▶오리◀ 그녀의깊은그곳(10) (21734/37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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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깊은 그 곳 (10) >

- 제 1 부 "야옹이와 신부" -



인영이는 약간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전에 했던 약속.. 아직도 유효한거지?"

"......"

나는 아무 대꾸없이 고개를 창가쪽으로 돌렸다. 호프집의 넓은 통유리창을
통해 오후 7시의 도시가 현란하게 비취어졌다.
나는 다시 한 번 담배연기를 폐 안으로 깊숙히 빨아 들였다.

"......"

그녀는 내가 말이 없자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곧 서로 간에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처음에 인영이를 다시 만나게 됐다는 점에 무지 반가웠다. 그러나 막상
다시 이어지려 하니 적지 않은 거부감이 생겨났다. 왜 그런 것일까? 참 이상도
하지.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한 생각이 번뜩 였다.

'인영이가 한낱 나를 자신의 장난감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필요할
때만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분노심이 솟구쳤다. 나는 밀려오는 한숨을 억누르며
그녀에게 나직하게 말하였다.

"우리 이제 만나지 말자.."

"......!?"

그러자 그녀는 나를 휘동그래진 눈으로 쳐다 봤다.

"오빠, 그 말 진심이야!?"

"... 응.."

나는 그녀의 눈빛을 피함과 동시에,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 껐다.
그런 후, 나는 창밖만을 조용히 응시하였다.



<23>

다음날 새벽...

부아아앙~~!

나는 오토바이의 빠른 속도로 인해,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친구 승택이의
허리를 더욱더 꽉 붙잡았다.
신선한 바람의 입자들이 내 얼굴을 마구 스치며 지나갔다. 오토바이의
달리는 속도가 더욱 증가하자, 잇딸려오는 짜릿함은 그 이상으로 증폭됐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에 따라 복잡했던 내 머릿속이 상쾌하게
비워졌다.

어느새 나와 내 친구 승택이는 한강고수부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우리 둘은 오토바이에서 내린 후, 한강을 따라 고수부지를 거닐었다.
모든 것이 평화스러워 보였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한강의 물결은 자신의
부드러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나는 적당한 자리를 찾은 후, 승택이에게 말했다.

"여기 앉자."

"그래."

우리는 각자 담배 한 가치씩을 입에 문 후, 그것에 불을 붙였다.
쌀쌀한 새벽 공기가 온몸 가득히 전해졌다. 이럴때 피는 담배맛은
그 어느때 피는 담배맛과도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좋았다.
나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승택이에게 말했다.

"야, 우리 여기 좆나 오랜만에 오지 않았냐?"

"그래. 그러고 보니 그렇다야."

"이야~!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지도 벌써 3년이 지났구나. 그치?"

"풋.. 그래."

나는 새삼스레 승택이와의 우정어린 추억들을 떠올려 보았다.
곧 내 입가에는 감회 어린 웃음이 지어졌다.
그런데 그때, 문득 승택이가 입을 열었다.

"근데 너랑 그 야옹이인가 하는 여자애랑은 어떻게 됐어?"

"몰라.."

"모르다니?"

"......"

"그럼 너가 예전에 결혼한다는 그 여자애는?"

"몰라.."

"아~ 이 새끼.."

"휴우..."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차가운 강바람이 내 몸 안으로 깊숙히 스며들었다.

"승택아, 내가 오늘 여기 오자고 한 이유가..."

"알 것 같다."

"그래. 난 여기 오면 마음이 참 편안해져."

나는 물끄러미 한강 수면을 쳐다 보았다.
강물.. 검푸른 강물.. 나는 그 검푸른 강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닐고
있는 어느 한 마리의 물고기가 떠올랐다.

"승택아.."

"어?"

"지금 내가 이 한강 물에 뛰어들면.."

"응."

"내가 이따만한 아주 큰 잉어로 될 것 같아. 그래서 모든 것을 잊고
자유롭게 헤엄칠 것 같아."

이어서 나는 강물에 풍덩 빠져 맘껏 헤엄치는 시늉을 해 보았다.
그러자 승택이는 나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훗.. 미친새끼.."

김예린.. 윤인영..
이 두여자로 인해, 내 삶은 어딘가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24>

다음날...
나는 소설에 깊게 빠져있었다. 전에도 가끔 책을 읽은 적이 있었지만,
요즘들어 왠지 모르게 더욱 책을 읽고 싶었다. 무언가에 무아지경이 되어,
잠시라도 이 복잡한 이성관계에서 탈피하고 싶어서일까?
나는 커피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재밌게 소설을 읽고 있었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그 소설속의 세계로 힘차게 빨려 들어갔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으윽! 갑자기 누가 전화를..'

소설이 한창 재미있어지고 있던 판에 갑자기 들려온 전화벨소리는 곧,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나는 수화기를 집어 든 후, 약간 불쾌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여보세여!?"

"......"

"여보세여..?"

"나.."

전화를 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야옹이였다.

"응.. 예린이?"

"응. 뭐하고 있었어?"

"책읽고 있었지."

"무슨 책?"

"소설책.."

"그럼 내가 전화 걸어서 방해한거야?"

"하핫.. 아니."

나는 억지로 웃으며 그녀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대답해주었다.

"그냥... 잘있나 해서 걸어 본 거야."

"으응."

그러고보니 이 전화는 그녀에게서 꽤 오래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녀와 통화를 하는 것 보다 소설을 더 읽고 싶었다.
그녀가 다시 내게 말하였다.

"아직도 나 사랑해..?"

"응.:

나는 단 일초라도 빨리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에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

"......"

그러자 야옹이는 짧지않은 침묵 후에 입을 열었다.

"이상해 오늘.."

"뭐가?"

"오늘따라 왠지 너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

그 순간 나는 의아해졌다. 그런데 잠시 생각을 해보니 야옹이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미안해.. 소설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아냐. 소설 계속 읽어. 끊을게.."

"잠깐만 예린아!"

달칵.. 뚜.. 뚜..

그제서야 나는 야옹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마구 들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준 그녀에게, 지금 내가 보여준 행동이란 참으로
어리섞고 바보같은 짓이었다.



<25>

그 날 이후...
야옹이에게선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야옹이의 마음은
무척이나 상해있는 듯 하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오늘도 나는 PC통신을 하기 위해 접속을 시도하고 있었다.
조금지나자 접속되었다는 신호음과 함께 접속화면이 나타났다. 이어서
나는 ID와 비밀번호를 재빠른 손돌림으로 입력하였다.

- 읽지 않은 편지가 1통 있습니다. -

나는 누구일까 궁금해 하며 편지읽기 명령어를 입력하였다.
그것은 뜻밖에도 야옹이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나에겐 곧 반가운 마음이
한 가득 찾아 들었다. 이어서 나는 밀려오는 설레임과 함께, 야옹이의 편지를
조심스레 읽기 시작하였다.

[ 사랑해..
아니.. 이런 말로 지금의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 않아..
니가 싫어.. 정말...
넌 가끔씩 날 흔들리게 만들지..
백지로 돌아 갈 듯한...
너와 나.. 우리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기는 너무 힘들어..
요즘 난 하루종일 니 생각으로 괴로워 하고 있어..
얽혀지기가 이렇게 힘든 사랑도 있구나 하고 말야..
니가 미워... 내 사랑따위에는 관심도 없는듯..
너의 아무런 감흥없는 말투.. 행동 ..
너에게는 내가 그렇게도 모자라 보이니..?
야옹이는 너에게 무척이나 실망했어! ]

헉! 나의 작은 실수가 이렇게 큰 타격을 가져올 줄이야...



<26>

다음날...
나는 야옹이를 만나기 위해, 하루종일 통신에 접속해 있었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끝까지 그녀가 접속하기만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그녀의 프로필을
다시 한 번 조회해 봤다.

- 현재 수신[가능]상태로 서비스를 이용중입니다. -

드디어 그녀가 접속을 한 것이었다.
나는 급히 대화방을 개설한 후, 재빨리 그녀를 초대하였다.

'제발.. 제발.. 제발 들어와줘!'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들어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야옹이(fiancee:김예지)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야호!! 순간 나는 쾌재를 부르짖었다.

자키자키 (PIANOMAN) 안녕!?

fiancee (야옹이) ......

자키자키 (PIANOMAN) 미안해, 예린아.. 내가 잘못했어..

나는 그녀가 용서해주기만을 애처롭게 기다렸다.

fiancee (야옹이) 왜 나더러 다시 없어지라고 말을 안하지?

자키자키 (PIANOMAN) ......

fiancee (야옹이) 넌 나보다 소설을 더 사랑하잖아.

자키자키 (PIANOMAN) ... 절대 그렇지 않아.

fiancee (야옹이) 너가 누구를 좋아하던, 너가 무엇에 빠져있던,
이젠 더 이상 너와 내가 엇갈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절대로...

자키자키 (PIANOMAN) 예린아..

fiancee (야옹이) 넌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바보야!

자키자키 (PIANOMAN) 미안해..

fiancee (야옹이) 아니.. 미안해 할 필요없어. 이젠 이걸로 끝이니깐..
잘지내.. 영원히..

자키자키 (PIANOMAN) 헉..! 예린아..

***fiancee(김예지)님이 나가셨습니다.

그녀가 그런 사소한 일로 내곁을 떠나가 버리다니...
우리의 사랑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았단 말인가?


( 11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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